장두일 – 땅에서 놀다 – 2015

2015. 10. 23 – 11. 15

작품을 감상할 때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그림과 감상자 간의 무언의 교감이다. 그 교감이 통하면 비로소 작품과 관람자 사이에 정신적 융화가 이루어진다. 장두일 작가의 주제는 일상 속에 놓여 있는 희망으로서의 삶과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우리와 충분히 교감 될 만한 감성적인 맥락으로 어린 시절, 친구, 가족과 함께 했던 놀이 등을 서정적으로 담아 따뜻한 생활 정서를 화폭 안에 담아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매우 소박하면서 담백한 조형 언어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자극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땅에서 놀다’라는 주제 아래 25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모두 장두일 작가의 옛 전원생활과 맥을 같이하는 작품들이다. 장두일은 일상에서 체득한 형상을 통해 동화적이고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을 그린다. 한지 위에 흙, 돌가루 등을 섞어 땅의 질감을 표현하고, 물감을 사용해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담아냈다. 이는 다양한 매체 변용을 통해 문명의 표피에 가려진 삶의 속살을 암시하는 작업을 소박하고 절제된 표현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그는 땅에 대해서 새로운 인식을 하고 전원에서 작품의 소재를 끌어올려 파편화된 정신적 질곡을 풀어낸다. 특히, 평면작업과 입체적 성격을 지닌 파편(破片)을 하나로 아울러서 장르간의 성격을 새롭게 구성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의 퇴적을 의미하며 작가의 손을 통해 재탄생한 파편들은 섬세하게 쌓아 올린 세월의 미가 느껴진다. 우리의 삶 속에 내재된 수많은 시간의 파편들을 다양한 모양과 표정으로 시각화되는 것이다. 장두일의 일장춘몽, 그림의 바탕이 되는 배경은 작가가 그리는 일장인 것이고, 무언가를 그려내는 것은 꿈의 흔적들인 춘몽의 부분이다. 화려함은 오래가지 못하고 세상살이는 한바탕 봄날 꿈과 같으니, 문명의 이기 속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호젓하게 인생을 보내겠다는 작가적 의지의 표현이다. 이렇듯 장두일의 관념 속 심상이 집적된 그의 그림들은 정신적 치유에 관여하기도 한다. 이 감상은 지금 우리의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감성놀이가 되지 않을까.

누구나 아름다운 미래를 꿈꾼다. 그것이 호젓한 새 한 마리, 집 한 채와 같은 소박한 것에 비유될지라도, 장두일 작가는 투박하면서도 멋스럽게 담아낸다. 그것이 사뭇 진지한 표현이고 진정으로 감동스러운 것이다. 어릴 적에 뛰놀던 마당이나 운동장에서 쪼그리고 앉아 땅에다 엄마 아빠의 얼굴 그리듯이, 순수한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해보자. 그러면 나만의 꿈이 그려질 것이고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시간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마음이 가득한 풍요로운 전시가 될 것이다. ■ 문예슬 (아트팩토리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