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채 개인전 – Going Home

2016. 10. 19 – 11. 4

이은채의 회화
알레고리,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인간

영원한 빛(영원 속의 빛)은 촛불이 매개가 돼 열어놓은 가상현실이며 상상공간이 도저한 현실과는 상관없는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반영하고 있다(아마도 상당한 예술이 이런 믿음 곧 저마다의 가상현실의 창조에 기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근작에서 새로이 시도되고 있는 예지의 빛 시리즈에서 작가는 클래식과 재즈 뮤지션을 다룬다. 그동안 작가는 조르지오 드 라투르의 내면의 빛을 경유해, 베르메르의 투명한 아침공기와도 같은 빛을 경유해, 위인들에 바치는 오마주(경외감으로서의 빛)를 경유해, 마침내 살아있는 전설들을 빛의 한 가운데로 불러들였다. 그러므로 작가에게 빛은 어둠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빛이 어둠이었고 어둠이 빛이었다. 그리고 작가는 근작의 주제를 Deep Peace 곧 깊은 평화라고 부른다. 아마도 촛불이 매개가 돼 대면한 자기내면과의, 흩어지고 흔들리는, 때론 번민하고 안쓰러운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의미할 것이다. 촛불 본래의 의미일 수 있는 명상의 계기를 이제는 떠안을 수 있게 되었다는 선언과도 같은 것일 터이다.

그렇게 작가는 이중그림(그림 속에 또 다른 그림이 들어있는)을 통해서, 차용과 인용(이미지의 생산학으로부터 이미지의 소비학으로 갈아 탄 현대미술의 변화양상과도 통하는)을 통해서, 부재의 미학(사물과 사물현상으로 사람을 대신하고 정황 특히 심리적 상황을 전달하는)을 통해서 자신만의 오롯한 가상현실이며 상상공간을 열어놓는다. 현대미술과 관련한 주요 형식실험의 지점들이며 성과들을 열어놓는다. 중요한 것은 그 지점이며 성과들이라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맞닥트린 자기내면과의 조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작가의 그림은 자기내면을 넘어,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인간(인성)의 알레고리를 예시해주고 있었다.
-고충환 (미술평론)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