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 intersection

2014. 12.10 – 2015. 1. 11

선으로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조각가 김병진의 작업은 독특하다. 서정적이면서도 강인하고 귀여우면서도 우아하다. 작가의 열정만큼이나 다양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김병진의 작업들은 묘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김병진의 작품들이 관람자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작품 속에 서로 다른 조형언어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다루는 재료와 형태에 이질적인 것들을 혼합하여 상반된 요소들이 교차하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 여러 요소들이 반복, 충돌, 상쇄되면서 이것은 작품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이자 목적지가 된다.

김병진이 다루는 재료는 철이다. 작가는 철의 단단하고 강한 특성을 약화하는 얇은 선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이 얇은 선들은 다시 공간을 점유하는 형태로 구현된다. 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과 그것을 약화시키는 작가의 기법이 교차하면서 생성되는 부피감은 공간과 소통하는 투명한 조각으로 탄생한다. 동물, 과일, 하트, 영화 주인공의 모습 등 일상적 소재는 구체적 요소가 제거된 체 친근하고 귀여운 형태로 관람자 앞에 선다.

또한 작가는 명품로고, LOVE 등의 알파벳 글자 등의 기호를 하나의 단위로 작품의 형태를 구성한다. 멀리서 보면 우리가 아는 귀여운 형태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의미를 내포하는 기호가 연속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형태와 색채, 기호의 의미와 조형성이 교차되면서 관람자는 이것들이 만드는 중첩된 의미를 읽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형태와 기호 사이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시도와 그 사이의 간극들은 형태와 기호가 표현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의문점을 던지며 인간이 만들어낸 표현 수단으로 표현할 수 없는 틈을 들춰낸다. 작가가 만든 기호와 형태, 그리고 재료와 기법은 서로 보완하고 충돌하면서 작가가 의도한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미감을 생성한다.

재료의 물성과 형태의 이질적인 특성이 중첩되면서 작품은 강한 긴장감과 에너지를 생성한다. 귀여운 일상의 형태가 새로움으로 다가오고 조각이 놓이는 공간에 따라 다른 문맥을 생성하는 이유는 김병진의 예술세계가 다양한 특성들의 교차점 안에 놓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에 녹아 든 다양한 특성들은 각각 관람자와 만나는 소통의 지점을 형성하고 이것은 친근한 것을 새롭게 만드는 효과를 배가시킨다. 다양한 미감을 실험하면서도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교차점을 찾으려고 끈임 없이 노력하는 것은 김병진 작품의 가장 큰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