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생곤 개인전 – 나뭇잎 배

2017. 7. 7 – 7. 30

화가에게 그림 한 장, 작품 한 점은 그가 인생을 통틀어 그 전모를 맞춰보고자하는 꿈의 조각들이다. 꿈의 조각들또한 당연히 꿈이니 몽롱 오리무중 막연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남루한 조각들을 맞춰 혹여 좀 더 뚜렷하고 생생하게 그 전모를 드러내 볼 수는없을까하는 마음마저없다면 그림 그리는 일은 요즘말로 대략 난감해진다. 작업실에 흩어져있는 퍼즐의 조각들을 보며 이게 도대체 결국 어떻게 맞춰지는걸까 매일 사유의 노숙을 할 때마다 문득 그 옛날 여산의 진면목을 보기 힘들다고 혀를차며 토로했던 늙은 문인의 마음에 이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산수-몽(山水-夢)’이란 낱말은 이러한 생각의 노숙생활과 화실에 흩어져있는 남루한 꿈의 조각들을 연결시켜보려 애쓴 과정에서 나온 그럴듯한 잠꼬대같은 말이다. 비록 잠꼬대지만 그래도 일단 이런 제목을 내뱉는순간 그간 막연하고 오리무중했던 나의 꿈이 조금 더 생생하게 다가온 것은 아마도 언어에 내재된 힘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내 삶도 일종의 산수몽이고 또한 내가 태어난 고향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며 심부름하는 이 순간들도 지나면 무심한 산과 물의 노래 한 가락일 것이다. 내 붓질 한번, 그림 한 조각은 필경 자연 혹은 산수라는 타고난 바탕에 가까이 가고자하는 나뭇잎 배 한 척의 팔랑거림… 이렇듯 다시 말의 힘을 빌려본들 이 또한 또 하나의 짧은 산수몽이겠다.

■한생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