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열 Lee, Hyun Yeol

<작가노트>

■ 개인전 <노스텔지어 풍경> 작가노트

‘공전公轉하는 삶’ – 그림을 그리며 화가의 직업으로 살기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온 것 같다. 그들이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아마도 부모님이거나 은사님이거나 형제, 자매이거나 의로운 친구 그리고 동료일수 있다. 아니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그 누구일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나는 붓을 들고 살아가는 이상 인생 채무자이다. 누구나 한 인생을 살면서 누구에게 의지하고 부대끼고 마음의 빚을 가진 것처럼 나 또한 43년간 수많은 빚을 지고 살고 있다. 인생을 저당 잡힌 채로 누군가에게 그 이자를 갚으며 살아가야한다. 그러하여 나는 그림을 그리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색을 칠하고 선을 그리며 인생의 빚을 청산해 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빨갛게 물든 꽃잎이 수없이 달린 봄꽃을 그리며 그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파란 하늘과 노란 평야를 그리며 그들에게 노스텔지어(nostalgia)의 풍경을 선사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름 미천한 재주를 통해 하나씩 빚을 갚아 나가는 중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1년이다. 나는 현재 지구가 태양을 43바퀴 도는 동안 살아왔다. 앞으로 몇 바퀴를 공전(公轉)하는 동안 살아갈지 모른다. 15바퀴 혹은 40바퀴… 유한한 인간의 삶을 생각해볼 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짚어 보게 된다.

나는 최근에 화가로써 마음의 다짐을 새롭게 했다. 내가 살아가는 이 땅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록하고 그 작업을 통해 나를 기록하자는 것이었다. 한국이라는 땅에 태어나 보고 느낀 아름다운 것들을 새것으로 만들어 누군가에게 기쁨을 누군가에게 위로를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 내 삶의 이유를 증명하고 싶은 발로인지도 모르겠다. 꽃을 그리는 작은 마음으로 풍경을 그리는 큰 마음으로 우리 세상을 마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