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지 Lee, Young Ji

<작가노트>

“밭가생이(가장자리)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위에서 벌들은 가끔 붕붕 소리를 친다. 바위 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늘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나는 몸이 나른하고 몸살(병이 아직 모르지만)이 나려구 그러는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이랬다.” (김유정,「봄봄」)

조마조마한 겨울이 지났다. / 추위에 약한 탓에 겨울을 그닥 좋아하지 않으니 / 살짝살짝 봄을 들춰보다 꽃샘추위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지만, / 어김없이 봄이 온다는 데에 가슴은 울렁울렁하고 이런다. // 그것은 그대로 화폭 안으로 옮겨지는데, / 노란 물감을 풀어 분홍색으로 물들여 파란 바탕을 가득히 채운 뒤 초록 향을 내뿜는다. / 어느새 초록 향 사이사이로 쫑쫑거리는 흰 새 한 쌍이 날아들고 푸르륵 오색 풍선이 / 날아오르는 봄의 왈츠가 시작된다. // 소설 ‘봄봄’의 주인공 ‘나’는 점순이와 혼례 올리는 것이 소원이다. 장인님은 매번 ‘올 갈에 / 혼례시켜주꾸마.’하고 번번이 어기는 약속을 하시지만, ‘나’는 이번 봄에는 기필코 혼례를 / 올렸으면 싶다. // 쫑쫑거리는 다정한 흰새 한 쌍까지도 어수룩한 ‘나’를 놀리는가도 싶다. // 그러니 이번 봄에 만큼은 보란듯이! / 봄의 왈츠에 맞춰 점순이와 함께 춤을 추고 싶다. ‘나’는! // 그런 ‘나’를 위한 봄의 왈츠가 시작된다.

<작품세계>

작가 이영지의 작품은 치밀하고도 정성스런 붓놀림으로 완성된다. 그 하나하나의 정성이 모여 탄생된 한 그루의 나무에는 생동감이 춤추듯 자라나 있고, 사랑의 주인공들을 의미하는 한 쌍의 새들은 우리들의 꿈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정겹게 나누고 있다. 부드러운 생명력을 소담하게 담아냈기 때문에 작품제목 또한 톡 톡 튀고 깨알 같은 서사를 가지고 있다. 작품소장가의 행복한 에피소드를 예를 들면, 작품「소원을 말해봐」를 소장한 콜렉터는 작품을 집에 걸어둔 후 실제로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하고,「최고의 선물」의 콜렉터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인생 최고의 선물을 얻은 듯 뿌듯한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인사를 전해 왔다. 삶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고 풍부하게 그려낸 작품들이기에 작품 소장자들의 삶에까지 잔잔한 행복을 준 것이 아닌가 한다.

이영지의 작품은 사랑이란 추상적인 느낌을 넘치는 위트와 톡톡 튀는 표현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그의 작품 세계와 우리의 현실 세계는 서로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작품은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며 동행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