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풍경

류채민 – 서정으로 물든 풍경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구축해내는 중심 축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바로 예술가의 자아와 인성이 작품세계의 중심을 이루는 것이다.이렇듯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누구나 공감할만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그려내는 류채민의 회화는 그의 일상을 바탕으로 하여 절제된 풍경과 심리적 전경을 결합시킨 독특한 화풍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내면을 파고드는 듯한 깊은 성찰의 영향이 크다. 정적인 삶을 사는 그였지만 단지 시각적 효과가 주가 아닌 내면의 성찰에서 이뤄진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린 작가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류채민 작품의 중심에는 ‘창’이라는 매개체가 존재한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들은 작가가 홀로 사색에 잠겼을 때 응시하게 되는 모습들이다. 그가 담은 서정적 분위기는 여러 오브제와 풍경에서 발견 할 수 있는데, 창을 사이에 둔 자연풍경과 커피 잔, 책과 같은 작은 소품들은 차분한 일상을 포용하는 듯한 오브제들이다. 이들로 하여금 그림 속 공간은 고요한 사색의 정감을 전해주고 있다. 또한 파스텔 톤의 향기 좋은 꽃과 어우러진 하늘빛 풍경에서는 그 향기를 밝은 하늘에 함께 품어서 그림 밖으로 뿜어질 것 같은 생명력 있는 기운이다. 또 다른 작품을 보면, 테이블에 홀로 놓인 새 조각이 응시하는 저 편의 다른 시공간을 상상력 있게 풀어내었다. 정적이 웃도는 가운데 남겨진 유리병 속 편지와 시리도록 푸른 바다, 저물어 가는 붉은 노을은 적적한 분위기를 한 층 더 고조시킨다. 사물의 고독한 자취와 초현실적인 상황의 결합은 시적인 연상 작용을 일으키며 내밀한 회화의 플롯으로 시선을 이끈다.
이처럼 그의 심상적 풍경은 서로에게 경계를 열어 합치되는 어떤 경지를 열어 놓는다고나 할까. 류채민은 일상적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단순히 일상을 묘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심리적인 요소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잔잔한 붓질로 대상세계를 녹여내고 시적 상상력으로 보는 이의 상상을 북돋아 주는 류채민의 회화는 일상적 풍경과 자연의 전경을 결합시켜 인간의 소외와 고독, 그리고 이를 초월하는 미지의 세계를 바라본다. 이번 전시된 작품들로 바쁘고 긴장되는 현대인의 하루 속에 조심스레 스며들어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었으면 한다. ■ 문예슬(아트팩토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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