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생곤 개인전 – 석주화실의 그림들

2018.3. 9 – 3. 24

전시안내

석주는 어린 시절 이름이다. 외할머니께서 어떤 스님한테 의뢰해 지었는데 지팡이 석(錫)과 두루 주(周)자를 쓴다. 외할머니는 독실한 불교신자셨다. 대학원 시절 6년 넘게 서울에 같이 살면서 밥과 빨래를 해주셨다. 당시 외할머니의 유일한 취미는 큰스님들의 법문 테이프 듣기였다. 그 시절 나는 불교의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모든 것은 지수화풍 사대(四大)의 이합집산이라는 인연사상은 지금 내 그림의 재료 사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공으로 보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고 뜬구름이다. 그림을 그리는 대상도 주체도 모두 사라진 상태로 심우도의 제8도 인우구망(人牛九忘)이다. 이 상태에 빠지면 그림을 못 그린다. 나는 이 주객구망의 비몽사몽기를 약 10년 정도 보냈다. 그리고 이 시절을 포말(泡沫) 시기라고 추억한다. 그 당시 내 삶의 모토는 그냥 살다가자였다. 하지만 또 막상 그렇게 살다보니 그냥 가기는 좀 아쉬웠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기로 다시 마음을 먹었다. 나는 흥미가 생기는 이런 저런 재료의 가루를 이겨 색과 형태를 만들어 내기 시작하였다. 포말에서 분말(粉末)의 시절이 시작되었다.

석주화실의 그림들은 공(空)과 이 사이(間)에 가득 찬 포말과 분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존재의 가루에 대한 명상에 약간의 뜻을 섞으며 개입한다. 이런 행위가 무상하다는 건  알지만 또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남은 삶을 이렇게 살기로 했다. 타고난 한량 체질이 그림 그리는 일과 잘 맞는다는 것도 한 몫 한다. 공이라는 바탕을 분모로 깔고 그림이란 놀이를 분자로 여기면서 공분의 공으로 살기로 한지 이제 15년 쯤 됐다. 해탈(解脫)은 못해도 소탈(疎脫)은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석주를 화실 이름으로 짓기도 했다. 지팡이를 붓 삼아 두루 두루, 소탈 소탈 살고 싶다. 그림자가 주인을 따르듯 나의 그림들도 이런 마음을 따르겠지.

– 석주화실에서, 한생곤

작가약력

한생곤 韓生坤 Han, Saeng gon

1991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199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 전공 졸업

개인전

2018 석주화실의 그림들, 아트팩토리
2017 나뭇잎 배, 아트팩토리
2014 오래된 돌, 아트팩토리
2013 관파도, 갤러리 담
2012 땔감전, 라우리안, 의왕
2012 놀이터 풍경, 아트팩토리, 헤이리
2010 길의 노래 마음의 노래, 부남미술관, 서울
2009 우연한 초대, 갤러리 담, 서울
2009 길의 노래, 보우갤러리, 울산
2008 접시꽃 어머니, 금산갤러리, 동경
2008 어머니의 하루, 아트팩토리, 헤이리
2006 가겟집, 갤러리 쌈지, 서울
2005 남이섬 나뭇잎 이야기, 남이섬 레종 갤러리, 춘천
2004 나의 고향, 2004 제비울미술관 창작지원전, 과천
2000 이 동네 사람들 – 소묘 500장, IN THE LOOP, 서울
1997 합창, 덕원미술관, 서울
1992 신성한 문자와 미네르바의 부엉이, 나화랑, 서울

주요단체전
기획초대전 다수 출품

작품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제비울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노무현사료관,
국립중앙도서관, 대산문화재단, 쌈지농부
출판물
2004 여행단상집 <노란버스> 하늘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