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훈 – Fill Emptiness

2014. 11. 20 – 12. 7

자아 이미지 – 맑은 시선으로 부터

한승훈 작가는 화려한 도시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작가 특유의 담담한 시선으로 관조하여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보다 더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작가가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단지 인형에 빗대어 사람들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고독과 상실감을 표현했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이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조금 더 신선하게 접근하여 밝은 이미지로 그려내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 어떤 따뜻한 메시지를 담아내었는지를 주목해보자.

작가는 잊고 지낸 경험과 기억을 환기시키며 상실된 자아를 찾게 하는 매개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자유를 갈망하는 듯한 눈동자들은 작가의 모습인 동시에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닮아있는 듯하다. 그 맑은 눈동자와 따뜻한 표정은 유년 시절의 순수했던 동심의 세계에 대한 아련한 기억과 추억, 이를 그리워하는 감성을 일깨우게 한다. 하얀 피부와 사랑스러운 눈망울을 가진 이 모습들은 연약하면서도 안정되고 든든한 느낌이다.

이는 현대사회를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며 누구나 그의 작품처럼 행복할 수 있고 아름답게 연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들을 위로해주며 항상 곁에 있어 줄 듯한 수호자를 상징하는 듯하다.

또한 옅게 드리워진 배경을 보면 도시인들의 고독을 잘 나타낸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Nighthawks’ 과도 함께 잘 어우러져 있다. 이는 사실적인 일상 속 내재된 상실감 같은 심리가 잘 드러난다. 평범한 어느 밤 풍경으로 볼 수도 있지만 어둠속에서 밝혀진 빛과 그 빛 너머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한승훈은 이러한 다양한 세상을 총총히 여행하듯이 그려낸다. 단순하게 사람을 닮은 예쁜 모습만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사람과 장소를 접하면서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에 접근하고 있는 모습을 탐색하는 것이다.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숨을 불어넣음으로써 따뜻하게 채워 넣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지만 외로움을 나눌 대상이 있고 서로의 고독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훨씬 따뜻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한승훈 작가는 일상적인 공간에 우리들의 삶을 반영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작품에 나오는 순수한 아우라를 가진 모습들을 통해 잘 풀어내고 있다. 전시된 그의 작품들은 이렇게 현실과의 관계를 맺어가며 생명을 얻게 되었고, 비로소 작품은 관객의 눈과 마음을 통해 완성될 것이다.

문예슬 (아트팩토리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