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도예전- 세간치장도2

2015. 12.1 – 12. 17

‘세간을 보면 주인의 품격을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간의 격조를 한껏 드높일 수 있는 담백한 질감과 무늬결이 어우러진 이혜정의 도예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겨울이 시작되는 12월, 손끝에서 탄생된 따뜻한 온기를 가득 머금은 작품들을 만나보자.

작품을 대하는 이혜정 작가는 한없이 편안하다. 그는 생활 속의 예술에 대해 고민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 낸다. 주로 테이블웨어나 장신구,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드는데 생활에 적합한 세간을 치장하는 작품들로 일구어낸다. <조각보거울>,<도자거울> 작품의 빛은 과하지 않은 은은하고 온화한 빛깔로 이루어져있다. 또한 <색면도판화> 작품에서는 장식적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표현을 최소화하여 미니멀하고 세련되게 표현하였다. 이는 작가가 담담한 생활정서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그 느낌을 실어내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혜정은 손으로 빚어낸 도예 위에 인위적으로 어떤 대상을 그려 넣기 보다는 자신의 손끝으로 살포시 수를 놓는 느낌을 연상시키는 붓터치로 작품의 여백을 채웠다. 화려한 기교가 없이도 백토와 조형토를 사용하여 빚어내고 그려져 한 폭의 정물풍경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가 담아낸 정갈한 선과 색은 도예의 격조를 수준 높게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표현이다. 도예작품들은 쓰임에 따라 변화무쌍한 연출이 가능하다. 어느 날은 감상품으로 여겨지는 작품이 될 수도, 어떤 날은 활용성이 있는 실용적 오브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유용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작품을 집안에 두면 좋은 기운이 넘칠 듯하다.

이처럼 그의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는 이번 전시 작품들은 우리의 삶의 중심에도 깊숙이 밀착되어 우아한 품격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3년 개인전 <세간치장도1>에 이어 이번에 개최되는 <세간치장도2> 전시를 통해 도예계의 중견,이혜정 작가의 손길이 깃든 작품을 만나보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묵직한 울림을 안겨줄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 ■ 문예슬 (아트팩토리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