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개인전

2016. 9. 1 – 9. 11

전시명: Point Line& Link

오늘날 급변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존재하는 것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바뀌어가고 있다. 한국사회는 조금 더 빠르게 변화하기를 원하고 있고 도무지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며 기존의 것들에 대해서 존재의 의미가 희미해지거나 퇴색되어가고 있다. 특히나 전자기기에 대해서는 더욱이 변화의 속도가 빠르게 적용한다. 새로운 신형 기기들을 보면 항상 그럴듯한 외형적인 모습에 감탄하며 최고를 갖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러나 금세 더 좋은 것들이 생겨나서 당시에는 가장 획기적이며 쓸모 있었던 값비싼 것들이 어느 순간 사용하지 않는 것들로 변해가고 있었다. 한때는 아끼고 모으며 여러 종류가 모일 때마다 수집가들이 느꼈을 법한 뿌듯한 마음을 느꼈지만 이제는 지나간 것들에 불과했다 .아직 기능적인 부분들은 사용이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더 이상 기능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러한 오브제들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소중하게 아끼며 간직해온 추억과 기억이 남아있는 것들이기에 버릴 수 없었다.
언젠가는 꺼내볼 그날을 기약하며 사용되어지지 않고 정적인 상태로 가만히 있다.
나 역시 이사를 가지 않고 17년째 같은 곳에서 살고 있기에 물건들을 정리할 일이 많지 않고 항상 같은 곳에 몇 년째 가만히 있는 것들이 있다. 사용하지 않고 오래 놔두면 모든 것들에게서 변화가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면 그것들에게도 무엇인가 변화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표면이 덮혀 있어 내부를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그 안에 다른 공간이 존재할 수 있다. 표면을 라인으로 만들어서 내부의 공간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 다른 세상이 열렸다.
맑은 하늘, 산 ,강과 같은 자연의 빛을 품는 공간이 시간을 지배 하는 곳.
오브제 안의 내부공간은 나의 시선이 닿고 오브제가 놓여있었던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현실과 닮은 가상세계이다.
현실에 있는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동네이지만 자연이 내뿜는 빛을 품고 있는 이상세계이다. 현실을 닮은 한정된 가상세계에서 나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항상 바라보며 마음을 달랬던 그 시선 그대로를 담아 오브제의 가치를 재구성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물은 그대로의 재현이 아닌 입체 속에 그려진 드로잉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냈고 황동의 강한 선이 수많은 점을 만나 자르고 구부리고 이어서 붙이는 과정을 통해 황동선의 강함과 화려함을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작품은 완전한 3차원 공간이 아닌 2차원 요소가 포함된 평면과 입체 사이에 있는 공간의 작품으로 나타냄으로써 보는 각도와 선의 느낌에 따라 다르게 보여 시점의 변화에 따른 변형된 공간을 표현하였다.
작품에 나타난 사물들은 당시에는 첨단기기였지만 용도가 상실되어가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며 소중히 간직하며 보관해온 애장품에서 사용하지 않지만 버리지도 못하고 장식처럼 간직하고 있는 소장품이 되어버린 물체들에 대한 이야기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소장품이 되어버린 사물들을 선으로 표현함으로써 사물 안에만 감춰져 있던 것들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며 사물의 공간 안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부의 모습이 아닌 자연이 내뿜는 빛을 간직한 공간으로 재구성된 또 다른 세계이기도 하다.